2009년 09월 30일
1Q84 완독
무라카미 하루키 씨의 화제작, 1Q84를 완독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맛을 모르겠는 산낙지를 씹는 기분입니다.(먼 산)

애당초 '화제작'이었기에 잡은 책이었습니다만, 상권을 읽은 시점에서의 감상은 '매우매우 잘 짜여진 대중소설'이었습니다. 메시지성이나 자기만족 플레이보다는 시나리오 흐름이나 떡밥 등에서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이 컷다고 할까요. 내용은 젊은데 기교미는 숙련된 작가의 그것이었다, 는 표현이 맞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덕분에 가독성이 뛰어나 정말 '술술 읽어갈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날려 읽은 것도 아니건만 3시간에 1권을 독파했으니까요.(제 수준에서는 빠른 편입니다.)
이야기는 재미있고, 문자의 기교미가 또한 유쾌한 대중 소설. 허나 하권을 읽으면서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가 줄더군요. 내용이 읽기 힘들어졌다는 것이 아니라 가슴에 뭔가가 걸려 소화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완독한 후에도 그 위화감에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만, 그것은 아마 하권에서 봬진 '설명'이 제 가슴 속의 1Q84와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나 싶습니다.

논리적인 설명을 기대했기에 실망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어차피 그런 추리소설 틱한 수수께끼 풀이를 기대했던 책은 아니니까요.(그런 식의 접근방식이 옮다고도 생각되지 않고) 단지, 상권을 읽으면서 쌓아올려졌던 '이미지'가 하권의 해설에 의해 파괴되었다는 기분이랄까. 내가 원했던 것은 개인에 한정된 소우주지 세계와 관련된 안테나는 아니었다, 랄까.

환상에 기초한 세계관? OK
애매한 결말? OK
전부 OK. 납득 가능. 하지만 뭔가 응어리가 남아있다? OK

내용이 거슬린다기 보다는 저 개인과 주파수가 어긋났다는 느낌이라 미묘합니다. 하지만 그 감각을 언어로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어렵습니다. 그러다보니 골똘히 생각하게 되네요.

물론 이 책이 '화제의' 베스트셀러가 아니었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고민했을까? 하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닙니다만, 그래도 그것 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하지만 완독한 순간 감동할 수도 없었고 여운을 씹을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실망했다고 분노하거나 한탄할 수도 없었던 소설이었습니다.
자신의 가슴 속에서 데굴거리는 '뭔가'에 대해 끝없이 자문하게 되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추천하기도 애매합니다. 문학적인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저, 하권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충동이 강하게 드는군요.

언젠가 감상을 정리할 수 있게 되면 그 때 다시 감상글을 남기고 싶습니다.
by FF-sunmin | 2009/09/30 23:29 |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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